어지은
2026년 5월 25일 20:31:16
아 진짜 이거 향 맡자마자 완벽했어요. 완벽한 향이 뭔지 보여주는 느낌? 오래된 피노 셰리 같은 고급스러운 산미감이랑 포푸리처럼 마른 꽃향, 그리고 말 안장에서 맡을 법한 가죽 냄새가 은은하게 깔리는데 거기에 파이프 담배 향신료가 섞여 나오더라구요. 민트 같은 청량함도 살짝 올라오고, 뒷쪽에선 숲 바닥의 이끼 낀 흙내랑 풀의 푸른 면이 은근하게 받쳐줘서 코 대고 한참 있었어요. 마셔보니 진짜 복합미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첫 느낌은 달콤한 잉글리시 머스터드처럼 톡 쏘는 듯하다가 이내 카러웨이 씨앗의 알싸함, 그리고 체리랑 대추 같은 진득한 과일 맛이 확 깔려요. 그러다가 갑자기 버블껌 같은 유쾌한 단맛이 튀어나오고 구운 피칸의 고소함이 코팅되듯 감싸는데, 중간에 세빌 오렌지의 상큼 쌉쌀함이 단숨에 정리해주고요. 질감은 점점 더 둥글어지면서 오래된 부르고뉴 와인 마실 때의 그 우아한 감촉이랑 비슷했어요. 잔을 내려놓고 난 뒤에 애프터테이스트가 꽤 긴 여운으로 남는데 여기가 또 진짜 예술이에요. 데니쉬 페스트리의 버터리한 달콤함이 살짝 번지고, 오래된 마데이라의 산화된 뉘앙스랑 귀중한 나무 향, 그리고 부싯돌 같은 미네랄의 날카로움이 절묘하게 겹쳐요. 진짜 엑설런트 원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 되더군요. 한 모금에 이렇게 변화무쌍한 건 오랜만이었어요. 진한 골드 색감도 너무 예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