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현
2026년 5월 25일 17:10:52
아 이거 진짜 묘한 게, 처음 코 대니까 알코올 느낌보다 은은한 용설란 시럽 같은 단내가 먼저 올라오더라. 그 뒤로 사과 껍질 벗겨놓은 듯한 싸한 향, 그리고 약간 축축한 시멘트 같은 미네랄리티도 섞여 있고. 마셔보면 입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꽤 묵직한데, 기름진 느낌이랄까? 달큰한 맥아 시럽에 흑설탕 덩어리 한 스푼 넣은 것처럼 깊은 단맛이 감돌아. 그런데 동시에 분필 가루 같은 드라이한 터치랑 얇은 파라핀 뉘앙스도 올라와서 싱겁지가 않아. 어, 애플 사이다 스타일의 시큼한 사과맛도 나고, 바나나 힌트도 살짝… 약간 바이젠 맥주 같은 발효 뉘앙스랑 구즈 스타일의 스위트 비어 연상도 되더라. 사과 품종으로 치면 처음엔 신맛 도는 사이다 애플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골든 딜리셔스처럼 꿀 사과 느낌. 중간에 레몬 껍질 긁은 아로마랑 백포도주 같은 상큼함도 톡 튀어나와. 오렌지 드롭스 사탕 녹인 느낌도 어렴풋이 있고. 좀 더 들이켜면 비트 뿌리 삶은 물 같은 흙내음과 새콤한 사워도우 같은 발효빵 느낌. 알싸하게 풀밭 씹은 뒷맛이 꽤 오래 남고, 거기에 가공 안 한 생 양모 같은 털 냄새… 좀 엄숙하고 검소한 느낌? 오히려 그 거칠거칠함이 옥수수 곡물 단맛이랑 만나니까 은근 매력 있네. 피니시는 길게 끌진 않고 적당하게 마무리되는 편. 🍏🍌🍋

